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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클리닉 개원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말자.
최중립  2008-08-31 00:35:26, 조회 : 15,030, 추천 : 2923

근년에 들어 통증클리닉이라는 진료과목으로 내걸고 개원하는 의료기관이 많이 늘고 있지만, 개원해서 실패를 가장 많은 진료과중의 하나가 통증클리닉이라 한다.

어느 광역시에서 의료기관건물을 임대해주고 있는 친구에게 들으니 개원한지 일 년도 되지 않아 실패하고 나가는 통증클리닉이 자기네 건물에서만 둘이나 있었다고 한다.

몇 년 전에 필자마취과동기의 부인이 오랜 동안 수술마취만 하던 남편을 나이가 많아 힘드니 수술마취 그만하고 통증클리닉으로 개원시켰으면 좋겠다고 필자의 아내에게 조언을 구해온 일이 있었다한다.

통증클리닉을 개원하려면 개원하기에 앞서 통증에 대해 별도로 공부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라고 얘기했더니, 같은 마취과의사인데 무슨 별도로 공부할 필요가 있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하더란다.

10년 전 쯤에도 필자의 마취과의국 선배 한사람이 서울에서 일반의로 오랫동안 개원하고 있었는데 주변에 많은 전문의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일반의로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후배인 필자에게 와서 배운 다음에 통증클리닉으로 변신한 일이 있었다.

수술마취만 하던 시절에는 환자의 생명을 걸고 싸워야하기 때문에 긴장도 많이 해야 했고, 응급수술 때문에 밤잠을 설치며 불려 나가는 스트레스가 많았지만 보람 있는 의사생활이라 생각하고 살아왔었다.

필자는 개원하기 6년 전부터 마취하는 틈틈이 통증에 대한 공부를 책을 보면서 열심히 준비한다고 했지만 막상 진료실을 개설해놓고 보니 책에 있는 내용대로 환자들이 아파주지 않아 그 동안 헛공부만 했다는 생각이 들어 새로 공부해야했었다.

18년 동안 수술마취만 하던 마취과의사에게 환자를 진단하고 설명하고 치료한다는 것이 생각했던 것 보다 몇 배나 힘들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환자와 거의 말을 하지 않던 마취과의사가 통증환자를 대하면서 설명을 위해 많은 말을 해야 하는 것부터 부담스럽고 설명하는 요령이 부족해서 무뚝뚝하다거나 친절하지 못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던 것 같다.

여러 곳에 통증을 가지고 있었던 환자들 중에는 가장 심한 통증을 해결해주고 나면 다른 곳에 나타나는 통증을 의사가 옮겨 놓았거나 또는 치료의 후유증이나 부작용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아프다는 곳을 치료해주다가 낫지 않아도 별말이 없지만, 그 원인이 되는 신경치료를 하다 보면 근육의 이완으로 힘이 빠지거나 감각의 마비가 일시적으로 생기는 것까지 시비꺼리로 삼는 환자도 있다.

일시적인 증상이라고 얘기해주어도 영구적인 장애가 생기지 않을지 구태여 대학병원으로 가서 확인받고 싶다는 환자도 있다. 신경차단을 주 무기로 하고 있는 통증클리닉의 특성상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사전에 충분히 이해시켜놓지 않으면 크게 낭패당할 소지가 있는 일이다.

통증치료를 하면서 대부분의 환자들로부터 고맙다는 인사말을 듣기도 하지만, 가끔씩은 엉뚱하게도 억울한 누명을 쓰는 경우가 생긴다.

추간판탈출이 있는 환자에게 경막외강주사로 해결이 되지 않아 수술을 받도록 3차 의료기관으로 보낸 일이 있었다. 그 병원에서 수술도중에 착오로 한level 낮은 곳을 수술해놓고 수술효과가 없자 치료시기가 늦어져 효과가 없다고 변명함으로써 3년이 지난 후에 필자를 상대로 1억 원 이상의 손해배상청구를 해온 일이 생긴 일도 있었다.

어느 테니스 엘보우 환자는 필자의 말을 듣지 않고 골프를 자주 다니다가 아프면 정형외과를 전전하면서 팔꿈치에 스테로이드를 주사 몇 차례씩이나 맞고 마지막에 필자에게 다녀간 후로 힘줄의 파열로 손가락의 신전이 되지 않게 되자 필자를 상대로 의료소송을 제기하는 일도 생겼다.

개원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개원하는 장소를 잘 잡는 것이라고들 얘기한다. 그러나 그보다 우선 되는 것은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이고, 진단이 내려졌으면 곧 바로 통증을 없애서 확인을 시켜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한다.

완치여부는 질병의 상태에 따라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는 일이지만, 통증치료의 특성상 초진 시에 신경치료를 해줌으로써 통증은 일단 곧바로 없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개원위치가 그다지 좋지 않더라도 치료능력만 있으면 크게 성공은 못하더라도 망해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나, 위치가 좋더라도 실력이 없으면 환자에게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수술마취만 하던 의사가 곧바로 통증치료에 뛰어든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지만 4년 동안 수련을 쌓아온 수술마취를 헌신짝처럼 팽개치고 통증치료만을 하겠다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수술마취를 기피하는 것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불려나가야 하는 응급수술 때문에 24시간 얽매어 사는 것이 힘들어서라고 한다.  

전공의수련기간에 수술마취와 통증치료를 겸해서 공부시키는 곳이 없고, 통증클리닉의 문은 개방되어있지 않아 마취통증의학과전문의끼리도 양쪽을 상호교환하면서 진료하지 않고 수술마취와 통증치료실의 벽을 쌓고 지낸다는 것도 문제이다. 그래서 마취과의사들의 모임에 가보면 통증치료만을 하고 있는 의사들의 입지가 좁아져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마취과전문의 자격증을 받으면 마치 통증치료까지 할 수 있는 자격증까지 받은 것으로 오해들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때부터 통증치료를 공부할 수 있는 자격을 가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통증클리닉을 갖추고 있지 않은 종합병원에서는 통증의학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통증환자는 정형외과나 신경외과에서 해결해줄것으로 알고 있어 통증클리닉을 공부시킨 제자들을 취업시켜보려고 해도 수술마취만 해주면 된다고 거절당하기 일쑤다.

통증클리닉도 엄연히 진료과목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이 만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의료계의 후진성을 말해주는 것 같다.

필자도 개원을 접고 종합병원에 들어가 통증의학과를 활성화시켜 병원운영에도 보탬이 되어주고 병원의 명성을 올려주는 통증의학의 전도사가 되어보고 싶기도 하다. 아직은 의료계의 인식이 부족 때문에 어려울 것 같고 시간이 더 지나면 나이가 많다고 퇴짜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는 들었지만 통증치료를 잘해줄 의사가 꼭 필요한 의료기관 있다면 클리닉을 후배에게 물려주고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제자들을 가르쳐 내보내면서 개원하지 말고 취업해서 수술마취를 하는 틈틈이 통증치료를 하다보면 진료영역이 넓혀지고 그 병원에서 통증클리닉의 위치가 확보될 것이라는 점을 실례를 들어 설명해주지만 구태여 개원하려고만 하는 뜻을 알 수 없다.


                                                                     2008.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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