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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치료를 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 진즉 알았더라면!
최중립  2011-01-05 09:19:53, 조회 : 16,007, 추천 : 2474

한마디로 필자는 이 길을 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필자가 재미삼아 통증치료를 공부하던 초기에는 아픈 곳의 감각신경만 차단해주면 통증은 치료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 다음에는 근육에 생긴 통증유발점이라는 곳에 국소마취제를 주사해주면 통증이 풀어지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통증치료를 전문으로 하겠다고 공부하면서 임상에서 진료를 해보니 무형, 무색, 무미, 무취의 통증을 그처럼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치료는커녕 진단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점차 알게 되었다.

임상경험을 거듭하면서 통증유발점과 신경과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는데, 골격근에 생긴 통증유발점이 운동신경을 압박하면, 그 운동신경은 반드시 그 유발점을 더 악화시키는 상관관계 즉 악순환의 고리를 혈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현대의학은 아직까지도 통증의 원인을 객관적인 검사로만 찾으려하고 있고, 객관적인 검사소견이 없는 환자들에게는 별 이상이 없다거나 환자의 증상과 관계없는 검사소견에 억지로 맞추어 진단 내려 주고 있다.

필자도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MRI, 체열진단기, 초음파 등을 동원해보았지만 모두가 허사였음을 알 수 있었다. 통증이 있으면 통증의 원인이 그 자리에서 생긴 것인지 아니면 다른데서 전이되어오는 통증인지를 먼저 가려보아야만할 것이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것이 초음파를 이용해서 신경차단을 하겠다고 야단이지만, 정말로 통증치료를 위해서 신경차단을 해주어야하는 것이며 초음파로 바늘의 주행방향을 보고 주사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생각해 볼일이다.

어떠한 장비를 동원해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해부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신경학적 검사를 거치고 추정소견을 가지고 손으로 촉진해가며 그 원인을 찾아야하기 때문에 환자들에게 꼭 쥐어 줄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것이다.  

오랫동안 누적되었던 통증의 원인이 어느 순간에 통증을 일으키게 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통증을 일으킨 원인이나 핑계를 자기 나름대로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만성화된 원인에 의한 통증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려하지 않는다.

통증치료에 대한 경험이 쌓아지면서 수술마취 할 때에는 수술실에 환자가 들어와서 마취유도만 해놓으면 아기처럼 곱게 잠들었다가 깨어나서 필자의 존재를 기억하지도 못하고 헤어지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필자가 수술실에 근무하던 때에는 마취용 ventilator도 없었고 EKG monitor나, 자동혈압계, 맥박측정기도 없어서 손으로 마취bag을 처음부터 끝날 때 까지 주물러가며 혈압, 맥박을 측정해서 기록해가며 마취를 해왔지만 그것이 불편하다는 것도 모르고 지내왔었다.

요즘에 마취과 수련하는 것을 보면 마취만 시작해놓고 팔짱끼고 있는 젊은 의사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그들의 장래가 걱정되기도 한다. 편하게 수련 받은 만큼 수술실을 떠나면 힘든 장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통증치료를 하다 보니 말이 많고 따지는 것 많고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환자를 진료한다는 것이 피곤하고 지겹다는 생각이 늘어가고 있다.

다발적인 통증의 원인을 가지고 있던 환자들 중에는 가장 아픈 통증만을 얘기하다가 그 통증이 완화된 후에 다른 곳의 통증을 호소하게 되고 또 다시 그곳을 쫓아가다보면 또 다른 곳의 통증을 호소하기 마련이다. 스테로이드를 아무리 소량만 투여하려고 해도 치료부위가 많다보면 반복투여로 인한 부작용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소마취제만으로 치료가 되지 않을 것을 알기에 가끔은 소량의 스테로이드만 투여해도 예민한 젊은 여성들의 경우에는 생리가 달라지는 사람이 있어 부작용이 아니냐고 따지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여 신경이 보통 쓰이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어렵사리 머리를 짜내가면서 노하우를 쌓아가면서 20여년을 효과적으로 통증치료를 하고 있다. 통증치료를 한다는 의사들은 늘어가고 있지만 통증의학이라는 분야가 체계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통일된 진단방법이나 치료법이 없어 통증클리닉을 전전하다가 필자를 찾았다는 환자들을 볼 때 더욱 마음이 편치를 않다.

“환자는 있지만 병명은 없다”는 히포크라테스의 말도 있듯이 최첨단 객관적인 진단 장비를 이용해도 진단명이 나오지 않는다. 어렵사리 해부학적인 고찰을 거쳐서 통증의 원인을 찾아주어도 환자들은 X-ray나 MRI라도 찍어서 객관적인 검사결과를 손에 쥐어줄 것이 없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그 동안 연구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해서 치료효과를 보고 있지만 붙여줄만한 진단명이 없어 진료비를 어떻게 산정하는 것이 옳은지도 모르겠다. 그 동안 치료경험에서 얻은 지식들을 모아 책까지 출판했어도 아직도 눈에 보이지 않는 통증을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렵기만 한데 신출내기 하룻강아지들은 통증치료가 무섭지 않은 모양이다.  

통증치료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학자들은 남의 진료법을 모방하지만 말고, 연구를 해서 새로운 치료분야를 개발해서 진료방법과 치료범위를 넓히는 모습은 보여주어야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큰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자기에게 진료 받으러 찾아오는 환자가 많다는 것과 자기가 환자를 잘 나아준다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요즘의 젊은 의사들은 용감한 것인지 무모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수술실에서 수술마취만 해왔고 임상환자 진료경험이 거의 없는 마취과 의사들이 그나마 경험도 없는 통증치료를 하겠다고 개원하겠다는 것을 볼 때 더욱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마취과전문의배출에 비해 수술실에서 근무할 수 있는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마취과의사로 생존하기 힘들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알지도 못하는 통증치료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환자를 위한 의사인지, 환자를 생계수단으로 삼고 있는 의사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근년에 들어서는 통증학회라는 기관도 학문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기보다는 신경차단이라는 몇 가지로 개미 채 바퀴 돌듯이 헛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힘든 것은 보건복지부가 학문적인 토대를 바탕으로 진료지침을 만들어 내는 아니고 탁상공론식으로 마련해서 내리는 지침이 진료를 어렵게 만든다. 어떠한 장비나 치료시술은 어느 진료 과는 되고 어느 과는 되지 않는 다고 하는가 하면, 어떠한 치료와 어떤 치료를 동시에 하면 보험급여가 안된다고 하여 소신진료를 할 수가 없을 때도 없지 않다.

필자를 괴롭히는 실례를 들어 보면 보톡스(BOTOX)는 식약청이 인정하고 있는 적응증 외에 통증치료에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해서 진료의 손발을 묶으려고 한다.  언제는 저에너지 레이저를 마취통증의학과의사는 사용할 수 없다고 제한했다가 어느 때부터는 사용하도록 방침이 바뀌기도 한다.

힘들고 어려워도 통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를 치료해주고 있다는 보람하나로 버티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알 수는 없는 일이다.

뜻있는 후배의사가 있다면 모든 진료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진료시설까지 양도해주고 은퇴준비를 하고 싶지만 돈벌이를 먼저 생각해야하는 젊은이들 때문에 그것도 쉽지가 않은 것 같다.

뜻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듯이 뜻있는 젊은이가 있다면 맨주먹으로 도전해보도록 권유하고 싶다.
                                              
                                               2011. 1 .5.  여의도 통증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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